맘 같아서는 5개 드릴 수 있는데 반 깍은 건
미드웨이가 하루 동안의 짧은 전쟁인데 워낙 넓은 공역상에서 벌어진 전투라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이걸 쉽게 요약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영화는 제가 아는 최대한 요약하고 다듬어서 배경 지식이 없게 미드웨이 해전을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이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복잡한 전쟁이란 점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도 당연히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당시의 정보통신 기술수준이나 작전상 필요한 무선침묵(radio silence) 때문에 최고 지휘권자인 태평양함대 사령관 니미츠 제독도 당시엔 실시간으로 전황은 알지 못하고 호눌룰루의 지휘실에서 노심초사 했지요. 후일 전투에 참전한 군인들의 인터뷰나 기말해제된 자료, 발표된 내용 등으로 전쟁의 전체적인 모습은 "미드웨이 해전"으로 천천히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최종 업데이트 된 미드웨이 해전의 모습을 너무 지루하거나 도식적이지 않게 축약하고 압축해서 어렵지 않게 보여주는 모순된 두 가지 목표를 현명하게 추구한 결과물입니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재미나게 볼 수는 있지만 배경지식을 많이 갖출 수록 찾아내 볼 수 있는 이스터에그 같은 면들이 줄줄이 박혀 있습니다.
'불타는하늘'님의 미드웨이 해전사 해설 영상이 있는데요 12부작 기획 중 9부까지 나왔습니다.
이거 보고 영화 보시면 몇 배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이번에 이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한국에 이순신 장군이 있다면
미국에는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있고
한국에 명량해전이 있다면
미국에게는 미드웨이해전이 있다고
절망의 밑바닥에서 미국을 끌어올리고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에 비길 전쟁입니다.
요즘의 시점으로 보면 미국에게 일본이 싸움을 건게 무모하고 어리석게 보이지만 그건 철저히 요즘의 시각일 뿐이고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해군력을 가진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미국에 기습공격하고 동남아에서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연합군을 도륙을 내고 영국과 네덜란드 세력을 아시아에서 물러나게 만들고 미군을 태평양에서 싹을 잘라 몰아내기 위한 싸움에 나서지요
일본으로서는 '정리하는 전쟁'이고 미국으로서는 전선은 멀지만 본토가 위협받고 전력면에서는 엄청난 열세의 전쟁이였습니다. 전함이 없어서 칠레에 전함을 빌리려고 할 정도의 상황이였으니까요(영화에는 안나옵니다)
번역자를 엔딩크래딧에 밝히셨는데 영어 못하는 제 귀에도 드문드문 아쉬운 번역이 좀 보였습니다. 완전 오역은 아니지만 논란은 될 지 모르겠습니다. (Get cold를 '감기 기운이 있다'가 아니라 '춥다고' 표현한 대목 같은....)
러브라인이 거의 없어서 진주만 같은 비난은 피했는데 덕후가 아닌 분들에게 조금은 지루할까 걱정은 됩니다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게 무척 직관적이고 함축적으로 전투를 디테일하게 묘사하기 위해 정말 노력 많이 한 것이 눈에 띄입니다. 항공덕후와 역사덕후님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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